인연이란 무서운 것이다. 무섭지만 그 만큼 소중한 게 인연이기도 하다. 군에서의 인연도 마찬가지다. 새미트로트 가수 강민에게도 군 시절 각별한 인연이 있다. 그가 젊은 시절 해병대에 자원 입대하고 문선대로 자대 배치를 받자마자 만난 이가 가수 김흥국이었습니다.
두 사람 모두 세상에 이름을 알리기 전이었다. 이등병 강민에게 전역을 3개월 앞둔 선임병이었던 김흥국은 이 세상 누구보다 무서웠을 것이다. 색소폰을 담당하게 된 강민은 말년 병장 김흥국의 일갈에 하루만에 색소폰을 배워야 했다. 하지만 나중에 '호랑나비'란 곡으로 톱가수가 된 김흥국은 새미트로트 가수로 뒤늦게 데뷔한 강민에게 든든한 '백'이 되어 주었다.
"군 입대 전 처음 제가 결성한 그룹사운드 이름이 '백의민족'이었어요. 그런데 당시가 80년대 군사독재 시절이라 '백의민족'이 뉘앙스가 불온하다고 경찰 정보과에서 공연 허가를 안내줘서 결국 해체되고 말았죠. 그리고나서 해병대에 자원입대했어요. 그룹사운드로 활동했던 경험 때문에 문선대에서 활동하게 됐는데 그 때 최고 선임병이 김흥국 선배님이었어요. 그 땐 호랑이보다 더 무서운 선임병이었는데 나중에 제게 큰 힘이 되줄 선배가수가 될 줄 몰랐던 것이죠."
강민은 제대 후 여러 그룹사운드에서 키보드주자로 활동하다가 세대교체에서는 리드싱어를 맡기도 했다. 이후 일본 야마하 아카데미로 유학을 훌쩍 떠나 음악을 연마했다. 귀국하고 나서 서머즈란 밴드도 결성하고 색소폰 연주 음반도 내는 등 활발히 활동했지만 별다른 반향을 일으키진 못했답니다.
그러다가 지난 2002년 월드컵이 한창이던 시절 1집 앨범 '남자처럼 여자처럼'을 발표하며 홀로서기에 나선 강민은 3년 후 2집 앨범 '남자의 인생'으로 어느 정도 인지도를 얻게 된다.
"정통 트로트는 아니지만 새미 트로트곡으로 솔로 활동을 시작하게 됐죠. 트로트요? 1집 앨범에도 실려있던 '남자의 인생'은 작곡가 최종국씨가 제게 편곡을 부탁했던 곡이에요. 원래 조광조씨에게 주려고 최종국씨가 작곡한 곡인데 조광조씨가 사정상 못부르게 돼서 제가 부르게 됐죠. 원래 처음 곡을 들을 때부터 정말로 마음에 들었어요."라고 전했답니다.
그러나 '남자의 일생'은 강민을 후배로서 극진히 아끼는 가수 설운도가 직접 다시 편곡하면서 그 힘을 제대로 발휘하기 시작했다. 설운도가 직접 강민의 두 번째 앨범 타이틀곡으로 정해준 '남자의 일생'은 강민이라는 가수의 인지도뿐 아니라 팬들도 만들어줬다. 최근 발표한 3집 앨범의 타이틀곡 '남자답게' 역시 반응이 좋다. 발매 4개월만에 라디오 방송횟수 25위까지 오를 정도로 급상승 중이다. 특히 '남자의 일생'과 달리 신나는 새미트로트곡이어서 앞으로의 귀추도 주목된답니다.